컨서버티브(Conservative)를 SEVESKIG에서 만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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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서버티브(Conservative), 즉 보수적인 스타일이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신바시의 직장인들이었습니다.
재킷을 입고 넥타이를 맨 모습. 이번에 생각한 ‘보수적인 스타일’은 그렇게 평소에 익숙하게 보아 온 형태를 말합니다. 커버올 재킷이나 페인터 팬츠, 데님, 트랙수트 셋업도 그렇죠.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만든다면, 굳이 SEVESKIG에서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
오히려 SEVESKIG와 거리가 먼 컨서버티브를 가져오면 할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이번 컬렉션을 디자인했습니다.

커버올 재킷과 페인터 팬츠는 겉으로 보면 빈티지 데님입니다. 하지만 사용한 것은 이마바리의 직조 업체와 함께 만든 파일 원단입니다. 바로 수건에 쓰이는 원단이죠.
일본을 일궈 온 이 소재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불러오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수건 원단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데님처럼 보이도록 속심은 염색되지 않은 흰색으로 남아 있는 실부터 만들어 사용했고, 안쪽도 데님처럼 보이도록 안쪽 면이 표백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색감을 띠는 더블페이스 원단으로 만들었습니다.
겉면은 ‘사자나미 기모’라는, 불규칙하게 기모를 일으키는 기법으로 파일을 감췄습니다. 반면 안쪽은 파일을 커팅했습니다. 피부에 닿는 쪽은 부드럽고 보온성이 있도록 마무리했습니다.
게다가 인디고로 염색한 실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바랜 느낌도 실제 물 빠짐이 아니라, 교토의 장인이 한 벌씩 에어브러시로 표현해 준 것입니다.
데님처럼 보이는 원단을 만들고, 물이 빠진 듯한 표정까지 만드는 것. 기본적인 커버올 재킷을 만드는 데 꽤 다른 길을 거치고 있습니다.

처음 떠올렸던 스타일은 재킷에 니트 타이, 데님 팬츠를 조합한 모습으로 완성됐습니다.
바탕은 일반적인 취업 면접용 정장입니다. 제품이 완성된 상태에서 다트를 잡아, 이미 만들어진 옷에 나중에 입체적인 형태를 더했습니다.
재킷에 수놓은 것은 테마를 생각하면서 메모했던 단어들입니다. 저는 매번 처음 떠오른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은 무엇이든 메모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손으로 수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계 자수입니다. 자수 업체와 함께 만들어 낸 기법으로, 이런 기술 역시 일본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입은 데님은 바나나 실루엣입니다. 이중으로 된 안감에는 파자마용 플란넬 원단을 사용했습니다. 넥타이를 매고 있는데, 바지 안쪽에는 파자마 원단이 들어 있는 거죠.
여기에 재킷과 데님 모두 교토 장인의 에어브러시 작업으로 빛의 할레이션을 더했습니다. 같은 에어브러시라도 앞서 소개한 커버올 재킷에서는 바랜 느낌을 냈다면, 여기서는 빛이 번지는 듯한 이미지를 표현했습니다.
컨서버티브한 차림일 텐데도 좀처럼 얌전하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그 정도가 SEVESKIG다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HONDA와의 협업으로 만든 트랙수트는 실부터 구상했습니다.
사용한 것은 벼의 왕겨를 숯으로 만든 것입니다. 시가에서 바이오매스 사업을 하는 간사이산업의 왕겨 숯에, 기후에서 식물 염색을 전문으로 하는 염색 업체의 기술을 결합했습니다.
왕겨를 숯으로 만들어 잘게 분쇄한 뒤, 감에서 얻은 탄닌액인 감물을 매염제로 사용해 면사에 흡착시킵니다. 그 특수한 실로 리커버리 웨어용 트랙수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겉모습은 익숙한 셋업입니다. 하지만 실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왕겨와 감물에 이르게 됩니다. 여기서도 형태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 ‘≠’를 넣었습니다.
만져 보거나, 안쪽을 들여다보거나, 만드는 방법을 들어 보면 생각했던 옷과는 다릅니다. 그 차이를 일본의 장인, 공장 분들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이야기한 ‘Conserve=지키다, 남기다’도 제게는 이 지점으로 이어집니다. 남기고 싶은 기술을 실제로 사용해, 이전과는 다른 흥미로운 형태의 옷으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컨서버티브한 형태를 사용한 것인데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다지 컨서버티브하지 않네요.
이번에 만들고 싶었던 것은 그런 SEVESKIG다운 ‘컨서버티브≠’입니다.